기업들이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인한 ‘규제몸살에 이어, ‘추가 임금비용 폭탄까지 우려하게 된 것은 노동·임금 관련 제도가 급진적인 상태로 바뀌게 된 데 따른 것이다.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 따르면 내년에 감당해야 할 추가 임금비용 발생의 제도적 요인은 2014년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산정기준 변경, 대체휴일제 도입 등 3가지로 압축된다.

경총이 이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 추가 임금비용은 모두 18조654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499개 상장사의 2012년 총 순이익인 65조789억 원의 28.7%에 이른다.

더욱이 개별 사업장별로 진행되는 평균 4%의 임금인상분, 통상임금과 관련한 재판 결과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재산정한 과거 3년치 소급분 24조800억 원을 합산할 경우 대략 45조 원을 훌쩍 넘는 임금비용을 추가로 감당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동계는 “한국의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도 반영되지 못한 노동자 평균임금의 34%에 불과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적정 최저임금 목표치 설정을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최저임금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주된 적용대상인 영세·중소기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한국 경제와 노동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보다 오히려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오는 6월 29일 최저임금 협상시한까지 노사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임을 보여준다.

통상임금 문제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노·사·정 대화를 공식 제안했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통상임금 산정 범위를 비롯해 임금체계 전반의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내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제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이유는 통상임금과 연동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이 오르고, 이는 결국 임금총액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퇴직금, 4대 사회보험 등 간접노동비용도 덩달아 상승시킨다.

특히 실근로시간과 연동된 수당의 비중이 높고 평균 근속연수가 긴 기업들에서 추가 비용 부담이 크게 높아진다. 시간외 근로가 많고 숙련된 근로자가 필요한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휴일제는 이 같은 임금 부담에 더 큰 짐을 지우는 것에 속한다. 관련법안 처리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논란 끝에 오는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경총은 휴일근로수당 증가액만 4조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휴일수 증가에 따른 생산차질액 8조5000억 원(1일당)을 합산하면 추가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