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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 정책의 두 바퀴

                                                                                                                                           박 상 희 회장

지구촌이 뉴 밀레니엄으로 들떠 있던 2000년 4월, 박상희 전 의원은 4·13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다. 제16대국회 4년간 의정활동을 경제분야에 집중하면서 국회보에도 중소기업현안을 비롯한 이동전화요금 인하와 고용허가제 문제 등에 대해 기고하는 등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300만 중소기업인과 27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진흥회 회장을 맡아 중소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오랜만에 원외에서 만난 국회보라며 반갑게 인터뷰를 시작한 박상희 전 의원은 ‘중소기업계 선봉장’이라는 별칭처럼 직설적 답변과 거침 없는 화법을 보여주었다.

<질문> 요즈음 어떻게 지내십니까.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재벌 개혁 없는 중소기업 정책은 성립될 수 없다”면서 “정부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답변> 중국 칭화대 한국캠퍼스 정책CEO 과정생들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전망과 과제’에 대해 특강을 했습니다. 창조경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이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했지요. 창조경제는 전통산업에 ICT(정보통신기술)와 문화, 그리고 한류를 융합하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지면서 중소·벤처기업이 활성화 되는 것을 말하지요. 여기서 새로운 일자리와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예를 들면 핀란드는 노키아가 무너져도 오히려 히든 챔피언들이 살아나 핀란드 경제를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재벌을 개혁하거나 건드리면 나라 경제가 위험하다는 식으로 우려하는데 이는 과도한 주장입니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려면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라 는 말은 1995년, 제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취임 때 ‘재벌개혁 없는 중소기업정책은 공염불’이라고 하면서 시작된 용어입니다. 지금은 경제민주화를 시대의 화두처럼 말합니다만, 당시 어느 진보적인 교수나 언론인, 시민단체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얘기하지 않았어요. 공개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제의한 것은 제가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이 두 바퀴가 잘 돌아가야 중소기업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 경제민주화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어떤 기관이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요.

<답변> 제가 중기협 회장 시절인 1996년 2월에 중소기업청이 신설되었습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지요. 그런데 중소기업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기관이 필요합니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지켜나갈 ‘경제경찰’인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 양극화를 해소시켜야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에서 가중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일찍이 이 부분에 주목하고 대통령에게 공정거래위원장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당시에도 대기업의 단가후려치기, 골목상권 침해는 다반사였어요.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철강이나 석유제품과 같이 생산원자재를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공정거래에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했는데 이는 맞지 않는 컨셉입니다. 동반성장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가 시정되거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요.

예를 들어 경제민주화의 걸림돌 중 하나인 일감몰아주기가 동반성장으로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견해입니다. 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맡아서 질서를 잡아야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금융시장의 안정과 신용질서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1997년에 금융개혁위원회위원으로 있을 때 제가 강조한 부분이 바로 금융의 선진화였습니다. 1997년에 금융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IMF는 막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김대중 정부 들어와서 설립됐습니다.

<질문> 20대 후반에 직원 2명으로 창업해 성공신화를 이루었다는데 좌우명이랄까 기업이념은 무엇이었습니까.

<답변> 흔히 저를 ‘마당발’이라고 부르는데 맞는 말입니다. 활달한 성격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합니다만, 여기에는 부지런함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사람투자’라고 합니다. 하루 평균 50여 명을 만나려면 오전8시 출근에 밤 12시 귀가가 기본이고 저녁식사를 두세 번

할 때도 있습니다. ‘울 안에서 울 안의 사람들과 더불어서 는 울 밖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만큼 회사경영에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항상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한걸음 앞서 뛰어야 하는 도전정신과 끝까지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이 저의 좌우명이자 기업이념이라고 하겠습니다.

<질문> 1995년, 당시 43세로 최연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당선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소기업 대변자로서 평소 갖고 계신 중소기업론은 무엇입니까.

<답변>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두고 9988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내 총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총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창출되며 중산층도 육성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은 나라경제의 바탕이고 기둥입니다. 만약 1조원의 자금이 있다면 1개의 대기업에 몽땅 지원해 성장시킬 것이 아니라 10억 원씩 1천개의 중소기업을 육성시켜야 합니다. 튼튼한 중소기업 육성이 국가 산업정책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경쟁에는 항상 승패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경쟁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약육강식의 논리는 아닙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시장경제에는 경쟁만 있어서는 안 되고 협동도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새로운 공정한 경쟁원리를 찾아야 합니다. 조직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위기와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높고 생존력도 강합니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받아 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질문> 중기협회장으로서 당시에 추진했던 사업이나 성과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답변> 1996년 당시 재벌들만의 리그로 인식되던 이동통신시장에 2만여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예산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김영삼 대통령을 설득해 중소기업청 신설에 힘을 보탰지요. 김영삼 대통령이 경제수석에게 “중기청 설립에 관해서는 박상희 회장의 의견을 들어서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교육 훈련이 중요한 부분인만큼 연수원이 필요했습니다. 삼성그룹에서 중소기업연수원을 완공해 저희에게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제16대국회에 등원했는데 기억에 남는 중소기업을 위한 법안이나 의정활동은 무엇입니까.

<답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은 자금, 기술, 인력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판로입니다. 판로만 해결되면 자금이나 기타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될 수 있지요. 정부 등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은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했고 중소기업협동조합과의 단체수의

계약제도 등을 명문화했습니다. 중소기업이 단체수의계약 등으로 공동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입니다. 정보통신위원회에서 여당 간사를 할 때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한 인연이 있고, 2002년에는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으로부터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상을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질문> 중소기업인으로서 정치권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답변> 독일은 히든챔피언 기업(매출액 40억 달러 이하, 세계시장 1∼3위 기업)이 1천600여개인데 한국은 100여개도 못됩니다. 박근혜 정부가 히든챔피언 300개를 만든다고 한만큼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개혁입법과 재벌개혁은 더딘데 비해 노동법은 급속도로 과잉입법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처한 환경과 경쟁력을 꼼꼼히 따진 후 입법과정을 거쳤으면 합니다.

앞으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에 대한 투명성, 불공정 관행 등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삽니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통령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국회도 앞 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글_김종해 자료조사관 미디어담당관실

                                                                                                       사진_조남수 미디어담당관실